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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 20 | 그러나 엘드릭은 사전에 자신의 전사들에게 장화 속이나 옷자락 안에 색스(seax)라 불리는 외날 단검을 숨기고 입장할 것을 지시했다. 좌석은 루이나 귀족 한 명 옆에 빌베른 전사 한 명이 앉는 교차 배치로 짜였는데, 표면적으로는 화합의 상징이었으나 실제로는 각 전사에게 살해 대상을 하나씩 붙여주는 배치였다. 학살의 개시 신호는 엘드릭이 외치는 정해진 구호였으며, 구호가 떨어지는 즉시 각자 옆자리의 상대를 찌르도록 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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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 21 | === 실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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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 연회는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엘드릭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호를 외쳤고, 빌베른 전사들은 일제히 숨겨둔 단검을 뽑아 옆자리의 루이나 귀족들을 찔렀다. 비무장 상태였던 루이나 측은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했으며, 순식간에 연회장은 학살장으로 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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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연회 당일, 아르타벨과 루이나의 귀족·족장 300여 명은 약조대로 무기를 지니지 않은 채 회담장에 도착했다. 후대의 연대기에 따르면, 이날 아침 아르타벨의 진영에서도 불길한 징조가 있었다고 한다. 출발 전 올린 희생 제의에서 제물의 간이 검게 썩어 있었고, 서부 출신의 한 늙은 족장이 "빈손으로 이리 떼의 소굴에 들어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참석을 만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르타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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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 | 아르타벨의 최후에 대해서는 전승이 갈린다. 신호와 동시에 상석에서 바릭에게 살해당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일부 사료는 그가 사위인 엘드릭 앞에 끌려나와 동맹 파기의 책임을 추궁당한 뒤 처형되었다고 전한다. 어느 쪽이든 이날 밤 연회에 참석한 루이나 귀족 가운데 살아 돌아간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몇몇은 식탁을 방패 삼아 혈로를 뚫고 탈출해 이날의 참극을 외부에 전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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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 > "사위가 장인의 식탁에 칼을 올리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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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 라고 답하며 길을 재촉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러한 일화들은 사건 이후 수백 년이 지나 기록된 것으로, 참극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후대의 윤색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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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 회담장에 도착한 루이나 귀족들은 관례에 따라 입구에서 몸수색 없이 영접받았다. 빌베른 측은 화합의 표시라며 루이나 귀족 한 명 옆에 빌베른 전사 한 명이 앉는 교차 배치를 제안했고, 루이나 측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아르타벨은 상석에서 엘드릭과 나란히 앉았으며, 그 곁에는 엘드릭의 딸이자 아르타벨의 아내가 술을 따랐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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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 연회는 해가 질 무렵 시작되어 밤까지 이어졌다. 술이 여러 순배 돌고 양측이 서로의 무용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을 때, 엘드릭이 술잔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중이 축배사를 기대하며 조용해진 순간, 그는 모국어로 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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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 > '''"네메드 오이레 색사스!(Nemed eure seaxas! — 색스를 뽑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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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 루이나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 한 마디가 학살 개시 신호였다. 빌베른 전사들은 일제히 장화와 옷자락에서 색스를 뽑아 옆자리 상대의 목과 옆구리를 찔렀다. 비무장에 만취 상태였던 루이나 귀족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지하기도 전에 쓰러졌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비명과 피로 가득 찼다. 일부는 식탁을 뒤엎고 의자와 술잔을 무기 삼아 저항했으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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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 아르타벨의 최후에 대해서는 전승이 갈린다. 가장 널리 알려진 판본에 따르면,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바릭이 상석으로 달려들어 아르타벨을 찔렀고, 아르타벨은 자신을 붙든 사위 엘드릭을 향해 "내가 너에게 땅을 주었다"라는 말을 남기고 절명했다고 한다. 반면 다른 사료는 아르타벨이 학살이 끝날 때까지 결박된 채 살려져, 피로 물든 연회장 한가운데서 엘드릭으로부터 "이제 그대의 왕국은 그대가 부른 손님들의 것"이라는 선고를 들은 뒤 처형되었다고 전한다. 어느 판본이든 그가 자신이 불러들인 동맹자의 손에, 자신이 승인한 화친의 자리에서 죽었다는 점은 일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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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 이날 밤 학살에서 살아 돌아간 루이나인은 극소수였다. 그중 서부 변경의 족장 '''카독'''의 탈출담이 가장 유명한데, 전승에 따르면 그는 바닥에 떨어진 천막 말뚝을 주워 들고 혈로를 뚫으며 빌베른 전사 여럿을 쓰러뜨린 끝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물론 이 무용담 역시 과장이 섞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생존자들이 서부로 도주해 참극의 전말을 알렸고 이것이 훗날 서부 망명 세력 결집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큰 줄기는 대체로 받아들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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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 학살이 끝난 뒤 빌베른 측은 시신들을 연회장에 그대로 둔 채 밤새 인근 거점들을 접수하러 이동했다고 전해진다. 지휘부를 통째로 잃은 루이나 각지의 성채들은 주인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며칠 만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한 연대기 작가는 이 대목을 두고 "루이나는 전장에서 진 것이 아니라 식탁에서 졌다"라고 적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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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 39 | == 결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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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 40 | 이 하룻밤의 학살로 루이나의 토착 지배층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각지의 족장과 귀족이 한자리에서 몰살당한 탓에 조직적 저항을 지휘할 구심점이 사라졌고, 지도자를 잃은 잔존 세력들은 각자도생하며 내륙과 산악 지대로 밀려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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